양광모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제4차 산업’에 대해 학술적으로 맞는 용어 사용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상당부분 타당한 지적이다. 사실 4차 산업이란 단어는 미래에 일어날 현상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구호’에 가깝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과 국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또는 자율주행 자동차나 대화가 가능한 로봇의 등장 등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기업이나 국가에 있어서는 도전이자 기회가 된다.

 

4차 산업시대의 혁신적 변화는 여러 분야에 걸쳐 큰 도전으로 등장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의료분야는 더 심할 것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료비용 증가와 적합하지 않은 효율성으로 골치를 썩고 있고, 그 답을 기술적 변화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파괴적 의료 혁신>의 저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병원과 은행을 비교한다. 과거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던 은행이 이제는 ATM 기계나 인터넷 더 나아가 스마트 폰으로 들어올 동안 병원은 어떻게 변했는가? 100년 전과 지금의 병원의 풍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변해야 더 효율적이고 비용 절약할 수 있을까? 환자에 대한 위해 없이 말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의료분야의 빅데이터 활용 4차 산업 중 가장 먼저 변화를 초래할 것은 의료분야의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란 역시 학술 용어는 아니다. 4차 산업이란 말이 나오기 전부터 유행하던 단어기도 하다.

 

그럼에도 데이터의 중요도나 활용도 측면에서 이보다 더 적합한 말도 없다. 데이터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기술의 근간이다.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은 빅데이터 시대에 들어서야 가능해졌다.

 

활용 가능한 의료분야의 빅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논문을 수집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가 있다.

 

여기에는 전세계에서 출간하는 논문들을 바탕으로 각종 질병, 유전체 및 약물 정보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이들 자료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이다.

 

또 다른 빅데이터로 환자 개인들의 임상정보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단일 사회보험제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청구된 자료만 갖고도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도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건강보험공단은 정책 및 학술연구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하도록 빅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는 청구자료라는 한계점이 있다. 그렇기에 환자의 진단명을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 환자들이 혜택을 보도록 진단명을 입력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청구에 필요하지 않은 환자 정보들은 알 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런 이유로 전자의무기록(EMR)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들이 있다. 먼저 아무리 큰 병원이라고 할지라도 빅데이터라고 부를 만큼 자료가 크지 않다. 각 병원들의 자료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도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각 병원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테이블 구조가 달라 자료를 쉽게 통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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